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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8








Issue 158


혼 라스 카파 박사 : -=시간 조사 분과=-

Entry 3134 : 봇 17-94-15와의 면담


“네가 봤다고 한 게 정확히 뭐지?”


“실험대상 찰스 스니피가 시간 왜곡 사건의 근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보겠나?”


“제가 해당 사고에 대한 모든 영상 및 음성을 가능한 모든 시청각 대역 내에서 녹화한 파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으으으음... 흐으음.”


...

찰스? 이 찰스라는 건 대체 누구야?

우리가 큐브 15에서 구조한 생존자 중 하나 얘긴가? 그럼 그게 내부범행이었다고? 시간 사보타주란 거야?

사실 난 1% 테러리스트의 존재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

분명 이번 시간 오류가 벌어진 건 전부 누군가 시간 도약 손목시계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 면담이 끝나면 그 찰스라는 양반에 대해 확인해 보기로 머릿속에 메모했다.


불가해할 만큼 극심한 메스꺼움이 갑자기 덮쳐오더니 시야가 1인칭에서 3인칭으로 튕겨나갔다가 되돌아왔다.

네트워크에 방해 파장이 있나? 이런!

이 구역 뇌신경 서버에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군그래.


“들어 주세요, 박사님! 너무 늦ㄱ기 전에ㅔ 실험대상 04477645를 막아야 합니다!” 봇은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더듬으며 말했다.

“유레카 서버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요! 04477645의 파장 패턴이 시간 폭풍을 만들고 그 폭풍이 뇌신경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파ㅏ괴하고 있답니다! 속히 그자를 배제하도록 허가를 내려 주세요!”


이 봇 고장났잖아.

“환자는 미쳤음” 신경 꺼 버리고 싶다고 느끼면서 G-pad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과 모양 집까지 끼적여 놓았다.



G-pad가 답변을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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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G-DIR 안전부.

사건 해결방안 : 

전원에게 뇌절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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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평소보다 꽤 빠른데.

빌어먹을 안전부 녀석들이 우리가 하는 조사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어.

분노의 뜻을 담아 답변을 보내려 했지만 e-펜이 장갑에서 미끄러져 바닥을 구르더니 구석에 처박혔다. 윽! 장갑을 이렇게 벙어리 모양으로 만들어 놓으면 글씨를 어떻게 쓰라는 거야.

서버에 내 모든 생각이 자동으로 녹화되고 있는데 왜 내가 굳이 G-pad를 써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호환성 떨어지는 백업 프로토콜 같으니.


“뇌절제라... 뭐, 안전부의 하명이시니. 네 식으로 말하자면 포맷이겠군.” 간신히 e-펜을 찾아낸 나는 봇에게 말했다.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진 마. 포맷하는 김에 네 모델을 좀 네모난 버전으로 교체하려고 하거든. 구체는 유행이 너무 지나서.” 봇이 상처받을까 하는 걱정이 왠지 모르게 들어 덧붙였다.


잠깐... 뇌절제를... ‘전원에게’라고?

이 방에는 나랑 저 봇밖에 없는데...


몸을 돌리는 순간 나는 3개의 눈이 달린 기계 팔이 맹렬하게 진동하고 있는 모습을 코앞에 맞닥뜨렸다.

눈의 빛깔은 푸른색에서 호박색으로, 다시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너무 늦게 상황이 파악되었다. 애니는 이온 빔을 장전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내 아가. 필수적인 일이거든요.” 애니의 속삭임이 머릿속에서 웅웅거리며 내 사고를 마비시켰다.

“안아줘요.”

작은 낚싯바늘처럼 애니의 목소리가 내 인지능력을 낚아채어 3인칭 시점의 시각으로 끌어내었다.

나는 이온 빔이 나 자신의 머리를 말소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펜이 내 손끝에서 떨어지는 순간 허공에 얼어붙으며 모든 세계가 정지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3초가 되풀이되며 어른거리는 가운데 작은 메뉴가 깜박였다. 어쨌든 내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뇌신경 연결 에러. 수신자가 응답하지 않습니다.”




Credits

아트 디렉터 : http;//alexiuss.deviantart.com
일러스트 : 
http://rileystark.deviantart.com/




* ANNET/ANNIE의 식자 폰트를 변경하였습니다. 원본에서는 계속 같은 폰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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