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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1






Issue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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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은 나빠.

입속은 파인 것 같고 팔은 [아픈 것 같아.]


오늘은 미래의 미래.

바다가 나랑 잠자는 스니피를 닦아주는 미래.

과거의 미래가 기억나.


파인애플이 주차를 이상하게 해 놨어. 

딱지를 끊어 주려고 했는데 파인애플이 내 얼굴을 가져가버렸고.

그래서 전쟁 박물관에서 새 얼굴을 찾았지.

딱 맞았어.


딴 사람들도 왔어. 날 은퇴시키느라?

그 다음엔 어떻게 됐더라. 이런.


+-경고 : 논리 보드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바로 서비스 공급자에게 연락하거나 DEX 수리시설을 방문하세요-+

+-알림 : 가장 가까운 DEX 수리시설은 현재 위치에서 2.6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잡동사니가 깜박인다. 나 거기 안 가. 나 거기 가기 싫어.

잡동사니를 걷어버렸다. 수-리-마수리 시설은 안 좋은 데야.

저번에 갔었어.

세상이 무너졌는데도 아직 돌아가고 있어. 반짝거리고 속닥거리고 짤랑거리고 재잘거리고 붙잡아대면서.

빙빙 맴도는 생각들이, 쇳덩이 속에 갇혀서 하나가 된 마음들이 나한테 팔을 뻗어.

"난 인간이야!" 나는 소리쳐.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그만해!”


나쁜 기억이야. 나쁜 시절이었어.


몰아치는 물 사이를 해마마냥 헤치며 나아간다.

나한테 안긴 스니피가 미끄러운 어린-연어-양처럼 퍼덕거린다.


스니피, 우리 불쌍한 스니피.

내가 뭘 한 거지. 내가 스니피를 재워버렸어.

내가 저지른 걸까? 나 말고 다른 애가 한 짓이었을까?

난 뭐지? 난 누구지? 왜 파인애플이 날 그렇게나 미워하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 나는 스니피를 성소(聖所)로 데려갔다.


얼굴을 빼앗긴 자비의 천사가 우리를 굽어보았다.


천사님께 빌자.

우리를 고난에서 구해 주세요.

좋은 일을 내려 주세요.

같은 일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천사님이 우신다.

슬퍼.

캡틴이 보고 싶어.


...


부유하며 빛나던 먼지가 떨린다.

엘리제를 위하여가 들린다. 나를 부르고 있다.

음악이 공중에 울린다.

캡틴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천사님이 챙강 깨져나갔다.

기도가 보답받았어.

캡틴의 미소가 계속, 영영, 영원히, 끝없이 이어진다.

캡틴께서 철판을 덧댄 욕조 보트에 몸을 싣고 은총과 함께 미끄러져 오신다.

“벌써 역(逆)목욕 날인가?”


나는 웃었다.




Credits

아트 디렉터 :   http://alexiuss.deviantart.com 

일러스트레이터 : http://iidanmrak.devian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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