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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8







Issue 7

ENTRY 174__34 - 인간 대상 찰스 스니피 - 개인 ID 04477645.


캡틴과 함께 "기절하도록 놀라운 시간-절약 열차에 탑승"하는 일 따위에 동의해선 절대 안 되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 캡틴이 날 "모험-종착역"이라고 글씨를 덮어씌운 곳에서 "열차표 구입"줄에 서 있게 만들었을 때부터 말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줄을 서는 시늉을 했다. 백골이 된 직원에게서 티켓을 사는 시늉을 했다. 해골에게 돈을 내는 시늉을 했다.

이 실없는 연극에 장단을 맞추며 나는 몇 분쯤 미소지었다. 마치 세상이 끝장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기차에 탄 나는 캡틴의 말이 되지 않는 말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본인이 어떻게 작은 "차(tea) 사고" 하나로 3차 세계대전을 발발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차가 정말로 세계멸망을 일으킬 수 있다면야.


이 기차는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캡틴에게 넌지시 말하는 순간, 나는 덜컹거림을 느꼈다. 평범한 소화불량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가려 하자 재차 흔들림이 느껴지더니 기차가 정말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캡틴이 진짜 뭔가 일을 벌인 거야?!

기둥을 붙잡는 내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윙윙 돌았다.


“주둥이가 달아나지 않게 최대한 주의하게나, 스니피 군!” 기차가 속력을 붙이며 흔들리기 시작하자 캡틴이 명했다.


유리 창문에 금이 가더니 챙강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분홍색 플라스틱 천장 타일이 벗겨져내려 온 기차 안에 쏟아졌다.

이 기차, 어디 도착하기는커녕 그 전에 산산조각나 버리지 않을까.


"이건 미친 짓이에요! 탈출해야 돼요!" 비명을 지르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아 필사적으로 나가거나 뛰어내릴 길을 찾았다.

이미 늦었다.

위장이 울렁거리고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두 발이 바닥에서 떠올랐다. 날고 있어?!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저편의 부서진 교각이 시야에 들어오자 눈꺼풀 안쪽에서 주마등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난 언제나 출근이 싫었어.
























Issue 8

삶이 그대에게 방사성 레몬을 준다면, 그걸로 야광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되겠죠. 으으으으음음.






역주 1. 속담 "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 삶에서 겪는 고난을 기회로 이용하라는 의미.
 
역주 2. 방사성 레모네이드가 빛나는 이유는 체렌코프 현상 (매우 높은 방사성을 띠는 물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오는 현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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