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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by 파일럿



신발에게,


 그래, 넌 신발이야.

 네가 신발이 되지 않을 방법은 없어. 왜냐면 내 머릿속에서 넌 신발이거든.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궁금한 게 좀 있는데, 사람들이랑 물건을 모두 신발이란 개념으로 고쳐버려서 전부 신발이 되면 그 사실이 내게 걔네들을 뛰어넘을 만한 절대적인 힘을 부여해줄까 아닐까야. 스니피라면 뾰족한 의견을 좀 낼 수 있으려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걔도 신발인걸. 신발이 뾰족한 의견 같은 걸 낼 수 있을 리가.

모든 걸 좌우할 수 있게 되니까 어깨에 얹혀 있던 세상의 무게가 좀 가벼워진 기분이 들어. 왜냐면 너네가 다 신발이니까 말야. 후회나 옛날에 한 실수를 반성할 필요도 없지. 그것들도 다 신발이니까 말야.

저번에는 (캡틴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포토샵을 보라색으로 칠했는데 걔가 싸우려는 기색도 없지 뭐야. 왜냐면 난 걔도 신발이라고 쳤거든.



지금 날 인질로 잡고 있는 이 살덩이 정신과계 변호사도 신발이라고 친다면 이것들도 날 놔주지 않을까? 내가 캡틴을 영원히 모실 수 있게 말야.


언젠가는 번듯한 집을 짓고... 아니지, 신발 모양 배를 타고 대양을 노 저어 건너서, 팬케이크랑 즐거움이 가득한 낙원으로 가야지.


그리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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