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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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듯한 뜨거움과 간헐적인 통증을 느꼈다.

엄청난 폭발의 충격으로 끝없이 귀 속에서 이명이 울렸다.

땅에서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 밑에 깔려 있던 자그마한 버섯과 꽃이 내려다보자마자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바스라졌다.

말이 안 돼. 충격 덕분에 뭔가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수년간 풀을 본 적이 없다.


앞으로 기어간다. 앞으로. 열기를 피해서.

더 멀리, 제발, 알렉스. 일어나. 걸어.


이상한 일이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 리가 없는데.

 …이온 캐논은 모든 전기적 신호를 방해하고, 크기에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신경계 활동을 완전히 교란시켜 뇌를 정지시킨다.

물론 이 조그마한 집의 벽이 나를 외부의 폭염에서 지켜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아직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나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뿐이다. 알려진 모든 물리법칙을 멋대로 뒤틀 수 있는 무언가.


이게 가능한가? 그 쪽지?!


7호의 운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이될 수 있는 것인가?

이게 사실이라면 7호는 내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자가 내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거겠지.

그래. 네 놀음에 어울려 주도록 하지, 캡틴.

그쪽이 나한테 뭘 원하는지는 몰라.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쪽의 곁에 붙어 있으면 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은 더이상 벙커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다. 안에 있던 전자장비들은 전부 타버렸고, 더불어 ANNET은 내 시체를 찾기 위해 분명히 다른 드론을 보낼 터이다.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면접이 끝나기 전엔 떠날 수 없다니 무슨 말이지?

싫다고! 난 20페이지짜리 원서 같은 건 채울 생각 없어!


HB 연필을 쓰라고? 대체 어디서 HB 연필 같은 걸 구할 수 있단 말야?


내 경력을 대라고? 뭐?! 그쪽은 내 밑에서 몇 년을 일했었다고!

이건 웃기지도 않아!

왜 그쪽이 내 메일주소를 알아야겠다는 거지?!


대체 왜 내가 살사를 출 줄 아는지를 그쪽이 알아야 하는 거야?


ANNET의 드론들이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고!


아니, 전화번호 같은 거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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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피가 그려진 작은 초상화는 Luna133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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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개 2012.05.01 01: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달의 우수직원까지 달아주셨어.
    상냥한 번역팀..ㅠㅠ
    로맨티컬리 아포칼립틱 원본을 보면서
    이해못하는 부분들이 좀 많아서 끙끙앓고 있었는데
    번역팀 덕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으 사랑해요♥

  2. 센티한지윤씨 2014.03.16 03: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째 원령공주에 나오던 그 신이 생각나는 군요.

  3. 코요 2015.09.23 00: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캡타니아의 주민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캡타니아는 당신같은 코찔찔이라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제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