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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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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가씨. 이제 내 음용 장비를 돌려주도록!"

지 캡틴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똑바로 걸었다. 검고 둔중한 부츠 밑으로 부서지는 얼음을 밟으며.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캡틴의 등 뒤에 남겨진 의자가 시커먼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내 첫 번째 실수는 이 분명한 사실을 무시한 일이었다.


캡틴은 내게 곧장 다가와 정확히 머그컵을 지목하며 손을 뻗었다.

"이리 내게!"


나는 소리쳤다. "싫어요!"


나는 총구를 머그컵에 가져갔다.
"없애버리자고요, 캡틴!
이런 터무니없는 배신을 했으니…
이 머그컵을 깨트려야 해요! 이게 꾸민 음모를 막아야 한다고요!"
나의 일부분은 아직까지도, 이 모든 것이 장난이기를, 지금 당장이라도 말하는 머그컵 따위는 그냥 나를 놀려먹으려고 꾸민 우스운 농지거리라는 이야기가 캡틴에게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무슨 음모 말인가? 실없는 게니피 같으니." 캡틴의 고글이 보라색이 드리워진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됐어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나는 위협적으로 머그컵을 흔들며 악을 썼다.

"거 참 흥미로운 현상이군." 캡틴은 별안간 무언가 맥락에 닿지 않는 소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하고는, 한참을 계속하다가, 이윽고 하늘을 가리켰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발진한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제멋대로 가슴 속이 요동쳤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세상이 명멸했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번개였던가? 아니면 공기가 변했나?

"왜 항상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캡틴에게 시선을 박으려 하며 생각했다.

모든 것이 뒤집혔다.
공중에서 한순간에 모든 공기가 빨려나가 버린 것만 같았다.
귓속이 폭발하며 균형감각이 소멸했다.
나는 하늘을 향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나를 향해 아래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려 발버둥쳤다.
대지가 발 밑에서 분해되었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민들레 홀씨로 만들어진 양 부유했다.
돌덩이들이 바스라지며 빛무리와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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