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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7






Entry ___177:


반갑습니다!

저는 비행 보트입니다.

날아서 사람들을 실어나르지요.

상상력이랑, 기름을 태워서 만든 가스를 구멍 속으로 넣는 걸 연료로 움직이죠.


저에 탄 승객 목록은 이렇습니다.

캡틴 1명 (캡틴부)

파일럿 1명 (프로펠러부)

스닙 1명 (삐짐부)

앤제 1명 (정면살핌부)


제 화물고에는 휘황찬란한 짐이 가득하고 돛은 바람으로 가득가득 부풀었답니다. 안전등급도 최고 중의 최고인 저는 캡타니아에서 가장 완벽한 선박이지요. 우선 격조가 있는데다, 하늘에서 필요한 일은 전부 잘 하거든요.


...




...

농담! 나야 나, 믿음직스럽스러운 파일럿. 제 시간에 정확한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 우리 비행택시를 꽉 믿으라고.

비행 기계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페달장이야. 나는 역회전하는 터빈의 페달을 밟아.


캡틴이 말씀하시길 우리 사총사한테는 나쁜 붉은 추기경을 무찌를 저력이 있대. 추기경이란 게 누군진 모르겠지만서두 내 눈 안에 있는 이상한 게 총사에 대해서는 보여줬어.


[파리지앵들의 나라에서 옛날 옛적에 없어진 구닥다리-영웅 기사들]



완전 맘에 들어. 나도 저렇게 멋들어지게 꾸며야 되니까 어울리는 새시랑 세검이랑 만들어 둬야지!

캡틴의 신성한 예지 아래에서 다같이 일하면서, 하늘을 잔뜩 지배해서 캡타니아의 영토를 위아래 양옆으로 늘리는 거야!


스니피는 바보야. 내 칼도 어디서 잊어먹고.

걔가 하늘보트에 대해서 투덜거리는 말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캡틴이 완전 자세하게 써 주신 설명서대로 만든 거란 말야.

스니피한테 프로토타이프 디자인도 보여줬는데.






이 기름친 관절 같은 놈은 그냥 심드렁하더라고. 음 아직 사용 매뉴얼 책도 다 안 보여줬는데 말야! 그렇게 신경 끄고 있다가 호된 꼴이나 당하라지.

스니피 말로는 하늘보트가 ‘고물 과잉개조품’ 이라느니 ‘당장이라도 곤두박질칠 거야’ 라는데, 당연히 무시했어. 그렇게 계속  컴플레인 진상으로 살 작정이면 제대로 양식을 맞춰서 캡틴한테 보고서를 쓰라고 했지. 그러면 캡틴이 스니피의 그런 정신자세를 좀 고쳐놓을 필요성을 고려해 보실지도 모르고 말야.


닥터 안제(Angee) 는 제일 비전 없는 양반이야.

내가 아무리 의사소통을 하려고 해도 아무 말대답도 안 한다고. 쿡쿡 찔러도 쌩무시고. 계속 찔러도 이 모양이니 안제가 그냥 채소인간이라고 결론내 버렸어. 머리가 지나치게 좋으면 사람이 훅 가버린다고?


아마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안제의 머릿속이 다 녹아서 토마토 수프가 됐나 봐.


난 채소 좋아해. 과일은 말고. 과일은 위험하단 말야. 특히 스콘이랑 동그란 과일이랑 파인애플은 엄청.


내가 트롬본이라도 쳐서 시끄럽게 만들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 꼴인 앤지가 일어날까? 아니, 소용없겠다. 그랬다간 스니피가 째려보기만 할걸. 바아보. 난 그런 프로페셔널하지도 않은 죽음의 시선에는 면역이 있다고. 아, 물론 캡틴의 시선이라면 예외겠지만서도. 캡틴이 한 번 딱 쳐다보시면 바다는 증발하고 산도 빨아들인단 말야. 나도 딱 째려보는 걸 거울 보고 연습하긴 했는데 제일 잘 했던 때도 거울 위에 아아아주 살짝 실금만 가는 게 고작이었어. 난 진짜 마법사가 아니라 아직 견습생이니까 뭐. 캡틴이 말씀하시길 언젠간 말야, 한 백만 년 뒤면, 나도 마법사가 될 거래. 그럼 뭘 하면 좋을까! 어떤 걸 할까!

나는 캡틴한테 내가 마법사가 되면 우선 온 세상에서 파인애플을 금지할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캡틴이 대답하셨지. 야망을 더 크게 가지게나.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모든 맛의 파인애플을 금지할 거라고 했어. 세상이 그 신맛에서 영영 자유로워지도록.


하늘에서도 잡지 정기구독을 계속 받을 수 있나 모르겠네. 에어메일이 이쪽으로 제대로 배달이 되려나?아니면 내가 하늘우편 권역에 맞게 진로를 바꿔야 되려나? 나 하늘우편 북클릿 좋아해. 신나는 파티 얘기가 잔뜩이거든.


하늘우편 카탈로그에 눈을 세 차례 깜박깜박깜박.

이상한 게 튀어나와서 결제 내역을 띄워 줬어.

[ 결제 확인: _피아노 가 배송 중입니다 ]


...아, 캡틴이 천상의 소나타를 연주해 주실 날이 기대돼서 몸이 다는걸.




Credits

이번 주의 RA 최고의 후원자들:

Candied Sardines

Junsu Park

D. Parent


아트 디렉터:

Vitaly S Alexius


3D 렌더링:

Artem Bagmut


스튜디오 어시스트:

인턴 Tina & Chico


저널 스케치:

sythgara.deviantart.com


러시아어 번역:

Александр Чернов




역주. 러시아어 번역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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