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독일이라고 익히 알려진 낯설고 잊혀진 나라의 작은 여자아이"로 태어나지도, 마법으로 시공을 초월할 수도 없슴다. 그렇다곤 해도 전 언젠가 캡틴처럼 되었으면 좋겠슴다... 당연하지만 찰나라도 캡틴다움을 제 안에서 느낄 때엔 마치 제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가 된 것만 같슴다.
전 캡티니아의 신조를 모든 피부색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려고 함다. 그치만 제가 사로잡은 청중은 스니피밖에 없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제가 스니피를 사로잡을 수 있는 건 걔가 자는 새에 소파에다가 묶어 놓을 때밖에 없슴다. 그리고 걔는 자기는 무신론자네 뭐네 하면서 캡틴교를 믿기 싫다고 했슴다.
뭐 저런 상스러운 말을 함까. 전 키티호크씨의 귀를 막았슴다. 자라서 스니피처럼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함다.
지금 저 꼴을 보십쇼, 의자에 묶여서 상소리나 외치고 있지 않슴까.
스니피는 캡틴이 절 "구워삶은" 거라고 소리를 쳤슴다.
캡틴은 오븐도 냄비도 아니라고 스니피한테 말해줬슴다.
전 알고 있슴다.
이 달팽이보다 못한 녀석은 꿈에도 모를 비밀스러운 것들을, 캡틴이랑 같이 유레카를 분자화하는 비행을 하며 캡틴이 말해주셨던 골치아픈 것들을 말임다.
유레카의 백만 가지 소리가 제 두개골 안에서 여전히 노래함다. 그것들은 저한테 멈추라고 함다. 하지만 걔들보다 제가 더 잘 암다. 걔들은 그냥 다 티끌 같은 게 되어버린 채고, 이미 끝나버린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검다. 멍청한 토스터기들. 그건 제 탓이 아님다. 걔들은 그 날 그 파란 티아라를 끼면 안되는 거였슴다.
저도 파란 티아라를 갖고 있었슴다. 그건 눈 앞에 없는 걸 볼 수 있게 해줬슴다. 품명이랑 가격, 그래프랑 아이콘 같은 것들 말임다. 전 그 땐 어떻게든 그걸 읽어내서 확인하고 그것들의 지시를 따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함다. 근데 지금은 그것들이 더러운 거짓말을 하는 걸로 보임다.
그리고 캡틴이 그렇다고 했으니까 걔들은 더러운 거짓말인 게 확실함다.
전 아직 제 주머니 안에 망가진 티아라 조각을 기념으로 갖고 있슴다. 그건 쇳소리로 여기랑 먼 곳의 얘기를 끌어오면서 달그락거림다. 걘 제가 괴상한 것들이 있는 장소에 가길 바람다. 하지만 전 잘 암다... 티아라가 저에게 티켓을 준다고 해도, 그건 환불도 안 되는 편도 여행이라는 걸 말임다.
역주.
중간 부분의 '구워삶다' 는 의역입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SNIPPY SHOUTS THAT CAPTAIN IS "TROLLING YOU AND MAKING STUFF UP"
CAPTAIN LIVES NOT UNDER BRIDGES, I TELL SNIPPY.
영미권의 'trolling(트롤링)'은 '(주로 인터넷상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고의적으로 이용해 상대의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는 행위'로, 한국 웹에서의 '낚시' 나 '어그로' 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Troll (Internet)' 위키피디아 링크] '트롤'은 '(이야기 속의) 괴물'과 '트롤링을 하는 사람' 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파일럿의 대답은 유명한 동화 <Three Billy Goats Gruff> 의 인용입니다. 동화에서는 다리 밑에 살며 다리를 지나가는 동물을 잡아먹는 트롤과 그 트롤의 위협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염소가 등장합니다. [<Three Billy Goats Gruff> 위키피디아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