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y 382:
내 온라인 정신과 의사는 내 치아에 심은 칩에 이런 식으로 헛소리를 녹음하라고 한다. 그러면 ANNET을 사용할 수 없는 내 "장애"를 언젠가 치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나. 아니면 그 여자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한 다소의 정신질환"을 좀 완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어딘가 유전자 수준의 문제이니 유전공학부의 멍청이들은 내 뇌에 그치들이 만든 기계를 박아넣고 싶어 안달이겠지만, 나는 전두엽 절제보다는 수면부족과 두통을 택하고 싶다.
그치들이 자기네 실험체에 대해 쓴 보고서를 본 적 있다. "뇌기능 완전 정지", "피험체가 네트워크에 통합되기를 거부, 신호 강도 상승이 전두엽 85% 손상을 초래".
구식이라고 부르려면 부르라지, 그치만 난 그냥 내 뇌 그대로가 좋아.
그 백일몽(daydream)을 또 꿨다. 백일악몽(day-mare)은 더 잦다.
회상몽(flash-mare)?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 빌어먹을 도시에 뿌려져 있는 송신탑들은 내 세상살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다들 나보고 당연스럽게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참아줄 만하다.
종일 선잠에 빠진 채 사는 것 같다.
이번에 졸다가 잠깐 꾼 꿈은 기묘하고 마약이라도 한 듯한 배경이었다. 하나같이 비범한 등장인물들이 정신나간 짓으로 나를 괴롭혔다.
걔네가 내 꿈이랑 자주 얽히는 것 같기도 한데...
뭐가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제대로 기억은 안 나는데, 물고기 뱃속에 살다가 케이크 모양 거미들한테 쫓겨난다거나 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 물고기 사이즈에 맞으려면 난 콩알만했겠는데.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소리네.
...잠깐, 조금 더 기억나는 것 같다.
녹색 눈 남자애 로봇이 어찌저찌해서 내가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게 되는 원인제공을 했고... 그걸 보라색 눈 여자애가 도와줬던가? 맞나?
꿈속에서 그 녹색 눈한테 엄청나게 열받았던 게 기억난다. 물고기 뱃속에서도 그렇고 그 모든 상황 내내. 꿈속에서 그 등장인물들이 너무 미웠던 나머지 나는 백일몽이 끊기자마자 내 점심거리를 목졸라 버렸다.
꿈이 내 현실에서의 상호작용에 끼어들기 시작하는 건 그다지 좋은 징후는 아니다.
이 건은 내 전담 정신과의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Directorate가 이 사실을 알면 날 데드존 관광 부서로 전근시키기를 미룰 테고 그러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쪽에서 내가 중장비를 다룰 허가를 영영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가 여기를 벗어나 데드 존으로 갈 방법은 없어진다.
어쨌든 누가 이 녹음을 확인할 리는 없을 듯 싶다. 내 정신과의는 애초에 인간도 아닐 것 같거든. 말하는 투를 보면 그냥 Directorate가 나 같은 케이스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동응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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