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47
“저는 뇌신경 송신 신호에 면역이라.” 스니피의 말을 들은 순간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죽은 자들에게서 나오는 희미한 송신 신호... 그 신호가 내 뇌신경 수신기를 다시 활성화시켰다!
이 사실인즉슨 이제 내 배낭에 든 G-Directorate 서브넷 드라이브를 통해서 유용한 정보에 접속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정보들. ANNET의 새 스팸봇 군세. 그들의 위치. 그들의 약점.
무엇이 됐든간에 이 아비규환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줄 정보에.
“R:/관리자 컨트롤에 로그인… 그리드 브라우저 프로토콜 실행… 프라이빗 브라우징, 모든 권한 이용” 나는 속삭였다.
전파 신호는 응답을 돌려주었다! 작은 G자와 신호 세기 기호가 오른 눈에 띄워졌다.
신호 막대는 1.5개. 충분하다!
빛나는 문자열들이 오른눈 위에 맺어졌다.
...
뇌신경 그리드 브라우저를 로드하는 중입니다...
인터페이스 동기화를 위해
아무 대상을 향해서 오른쪽 클릭을 시도해 주세요
...
나는 스니피를 향해 오른눈을 깜박였다.
소름끼치게도 제대로 작동되었다! 작은 메뉴가 스니피를 하이라이팅하며 오른 눈에 떠올랐다.
...
대상과 뇌신경 연결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대상의 뇌에서 뇌파가 송신되지 않습니다.
경고! 모든 대역의 뇌파 감지가 실패하였습니다.
대상의 정신 신경 패턴 감지 결과는... 스캔 불가자입니다.
대상은 뇌사 상태로 정의되었습니다.
“잠깐... 당신... 스캔불가자라고?!” 나는 놀라 소리쳤다.
방금 저 자가 뭐라고 대답했지? 최후의 생존자라고? 뭐?
지금 본인이 이론적으로 뇌사상태라는 걸 알지도 못하는 건가?
아무도 얘기해 준 적이 없는 거야?
멀쩡히 숨을 쉬고 있으면서 완전히 스캔이 불가능하다니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오른눈의 메뉴가 확장되었다.
...
대상에 대한 시각정보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 ID 04477645의 홀로그래픽 태그를 재킷에서 발견.
인간 대상 -- 찰스 스니피 --
데드 존 관광가이드 사원
유레카에서 G-CUBE 15로 전근
사망 확인 시 데드 존 조사 및 관광 부서의 24-12 사무실로 연락해 주십시오.
경고 : 추적 임플란트가 발견되지 않거나 비활성화되었습니다!
경고 : 승인된 관광 경로를 크게 위반하였습니다!
알림 : 이 대상이 당신의 관광가이드라면, 당신은 현재 길을 잃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경고 : 대상을 고용하지 마십시오. 대상의 신용도는 마이너스 무한대입니다.
…
나는 빠르게 정보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큐브 15... 데드 존 조사 및 관광부? … 찰스… 가 스캔불가자라고?
이게 무슨 의미지? 어떻게 인간의 정신이 완전히 스캔 불가능할 수가 있지? 이건 그러니까… 읽을 수 있는 뇌파가 없다는 의미인데?!
나는 내 사원들을 면대면으로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지금껏 그가 그저 장애를 가진 귀찮은 양반이고, 불만사항을 제기하다가, 데드존 조사 및 관광부로 전근한 한 사람이라고만 기억했다.
데드 존의 “신(神) 포획자” 실험이 끔찍한 파국에 다다랐을 때 그도 다른 자들과 함께 죽은 줄만 알고 있었다.
캡틴이 그를 내게 소개했을 때도 놀랐지만, 지금의 놀람은 그때에 비할 것이 되지 않는다.
찰스가 “스캔불가자”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침에 저자가 콩 통조림을 먹는 걸 봤다고! 뇌사상태는 절대 아냐!
그렇잖아?!
뇌신경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접속불가자야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스캔불가자? 이게 무슨 소리야?!
진정하려 애써 보았다. 스캔 불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리드가 고장 난 모양이다. 그래서 내게 말이 안 되는 답변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하… 그리고… 마이너스 무한대 신용도라고? 산술적으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신용도가 낮은 경우는 있겠지만 마이너스 무한대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스캔도 정보도 오류 투성이다. 그거다. 웃기지도 않는 에러. 하. 하. 하.
대강 예상했던 대로, 뇌신경 신호는 맹렬히 회전하는 내 사고 패턴에 답변을 보내왔다.
...
큐브 15. 사망자 찰스 스니피의 고용 정보 :
전(前) 사무원, 등급 24.
오류 수정 :
스캔 결과 대상의 열 정보 / 심박이 감지되었습니다.
“사망” 상태가 일시적으로 “생존” 상태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공지 :
반갑습니다, ANNET 사용자님!
해당 인물과 의사소통을 원하신다면 이하의 사항을 고려해 주세요.
인물 찰스 스니피는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으나 사실 뇌사 상태가 아니며,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용자로 판명되었습니다.
즉 상대는 고객님의 마인드-텍스트를 읽을 수 없으며, 답변할 수도 없습니다!
찰스와 의사소통을 하고 싶으시다면, 텍스트를 그의 위에 부유하고 있는 감시 드론 17-94-15에게 보내 주세요.
당신이 찰스에게 원하는 것을 드론이 대신 청각적으로 전달할 것입니다.
오류 : 죄송합니다. 배정된 #17-94-15 드론은 현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
ANNET에 보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침착하세요!
해당 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입 근육을 사용하거나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을 고려해 보세요.
이상과 같은 직접 소통은 저작권에 등록되어 있으므로, 사용에 동의할 시 글자당 신용도 173이 차감됨을 알려드립니다.
차분하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세요!
당신의 우수한 신경 프록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혼란이나 위협감을 느끼는 상대는
당신의 퍼스널 스페이스에 격심한 침해를 가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른눈 위로 찰스 스니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들이 쏟아졌지만, 스니피는 갑자기 내 머리를 후려쳐 집중을 깨뜨렸다.
억!
그는 내게 또렷한 목소리로 아래층으로 가라고 말해왔다. 내가 같이 가자고 애원하자 그는 주저도 없이 나를 아래편 계단으로 밀치고는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으윽!
나는 건물의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잡동사니들에 걸려 넘어지며 서둘러 불타는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좀비봇들은 계속 뇌신경 신호 막대를 찾고 있을 테니 한시바삐 자리를 떠야 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좀비 봇들의 움직임을 3D 공간에서 추적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구축했을 테지만, 비극적이게도, 나는 도망쳐 산소를 찾아 헐떡거리느라 바빴다.
무너진 도로를 뛰어 가로질러서야 스니피의 운명에 생각이 닿았다...
이 객기에 취한 멍청이가! 뻔히 보이는 사지로 뛰어들다니!
내가 처음으로 그자의 이름을 외쳤던 것을 그자가 눈치채지 못해서 다행이다.
조심해야겠어... 이번 같은 실수는 두 번 다신 있어선 안 돼.
삐끗했다가는 나는 자기의 불우한 인생과 세계멸망의 책임을 묻는 미친(어쩌면 뇌사상태인) 전 부하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찰스는 캡틴이 내게 자기 이름을 알려줬다고 짐작할 것이다. 그렇겠지. 캡틴의 예측불가능함에 책임을 넘기면 된다. 완벽해.
…그나저나 캡틴은 어디 있지?
그 무능한 초인은 왜 제일 필요할 때만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그리드에 검색해 볼까?
안 돼! 안 될 일이지…
검색을 개시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만약 프라이빗 브라우징이 오작동해서 접속자가 내 검색을 역추적할 수 있게 되면?
만에 하나 ANNIE가 누군가가 “검색”의 ㄱ자라도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러면? 내 배낭에 든 서브넷의 핵 배터리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려 자폭하고 나는 작은 버섯구름으로 화하게 될까?
아니면 하늘에서 또 다른 Directorate의 무기가 나를 겨누어서 이 구역을 구워버리고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끓여버리거나?
전혀 달갑지 않다. 머리가 익어버리는 일은 사양하겠다. 애니의 영양가 풍부한 아침식사가 되는 건 거절이다.
검색에는 눈길도 주지 말아야겠어!
오래 전... 내가 아직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던 시절에는, ANNIE의 도움으로 캡틴을 찾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애니는 뇌신경 인터페이스 사용자들의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고,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취합해, 누구든 찾아낼 수 있었다.
ANNET은 무한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무한하고도 은밀한 뒷문이었고 Directorate는 그 구조를 용인해 주었었다.
이 손 안에 이 행성의 모든 정보가 있었건만 나는 그 모든 것을 너무 부주의하게 낭비하고 말았다.
...하아.
내 검색엔진의 여신이 인류와 나를 향해서 복수하려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내가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를, 그렇게 되어서 나를 캡틴에게 이끌었던 그 단 하나의 물음을 절대로 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Credits
첫 프레임, 스토리, 후보정 :
http://alexiuss.deviantart.com/
나머지 프레임 :
http://detkef.devian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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