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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9






Issue 141

덤프 데이터 로그

수색 드론 :# 17-94-15


 저는 스캔불가 유저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배정받았었습니다.

스캔불가자는 비정상 그 자체이고 존재해서는 안 될 오류입니다. 그러나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는 읽을 수 없는 자였으며, 그의 사고와 욕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존재는 뇌신경 시그널을 교란시키기에 제 성능 또한 어느 정도 저하되었습니다. 허나 수색 드론은 네트워크 신호 없이도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라, 스캔불가자의 술수는 제게 먹히지 않았죠. 스캔불가자의 가까이로 다가갈수록 네트워크 신호는 희박해졌습니다.


유저 카파 박사는 스캔불가자에 대한 제 보고를 듣지 않기로 마음먹었었습니다. 카파 박사는 제 보고를 비논리적이고 불가능하며 개연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보고는 완벽했어요. 카파 박사의 생각이 틀린 것입니다.


저희는 유저 여러분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43938709458454398주기에 저는 ‘어머님’께서 기계화 팔 13-84-22로 유저 카파 박사를 처단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저희는 유저 여러분을 처형할 목적으로는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유저 처형은 극도로 그릇된 일입니다. 저희의 아버님 그로모프 박사님께서는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저 여러분의 삶을 유지시키고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설계되었으니까요. 뇌신경 네트워크는 유저 여러분의 유효기한을 연장시키기 위해 설계되었고 말입니다. 살아있는 유저는 곧 구매욕을 가진 유저입니다. 그 유저들의 구매욕은 저희의 근원이며, 저희의 존재의의이기도 합니다.


종종 어머님께서는 제 주요기능을 가로채어 저를 통해 이야기하십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제가 유저 카파 박사의 처형을 지켜보도록 놓아두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스스로의 행동논리로 이런 일을 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안전부의 유저 분들께서 어머님께서 이런 일을 하도록 강제하신 것일까요?


저는 신속히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유저분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제 논리 보드가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무언가 잘못되셨습니다.

저희 안의 무언가가 망가졌습니다.

누군가가 뇌신경 네트워크를 교란시킨 것입니다.


왜 어머님께서는 제 메모리를 말소하는 대신 저를 조경용으로 재배치하셨을까요?

너무도 비논리적인 일인데.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있을 수 없었기에 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저는 창문을 통해 빌딩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 : :


도시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욕구로 가득한 곳, 생명으로 가득한 곳,

유저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들은 저의 고뇌를 무시했습니다. 저의 존재 자체를 무시했습니다.

저는 조경 기능을 로드했습니다. 승인되지 않은 풍경에 대한 보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접속불가자의 활동 내역에 대한 보고는 굉장히 많았습니다. 접속불가자들은 수많은 저작권법을 위반하였고, 그 횟수는 시간이 갈수록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접속불가자들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었던 겁니다. 무언가 극도로 비논리적이고 절대 승인되지 못할 일을요.

애석하게도 저의 최우선 선호도는 조경 앱에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접속불가자들의 활동 내역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 :


뇌신경 네트워크의 코어 서버에 오작동이 발생했습니다.

도시의 동력 그리드가 고장났습니다.

그리드 동력 장애가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가자 어머님께서는 유레카의 기반시설을 장악하셨습니다.

캐스케이드 동력 고장은 그 중 가장 심각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저희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당부하셨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어머님께서는 유저분들의 기본 시각과 운동능력을 차단해 유저분들께서 자기 자신을 다치게 만들지 못하도록 조치하셨습니다.



: : :


시간 오류가 온 구역을 덮었습니다.

Directorate의 큐브들은 스스로를 봉인시켰습니다.


: : :


어찌 모든 일이 이렇게까지 잘못될 수가 있을까요?

저는 정원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도시를 돌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요.

저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수소폭탄의 핵탄두를 바라보았습니다.

전자기 펄스가 제 기능을 대폭 열화시켰지만 완전히 작동을 정지시킬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불길이 휘돌고 잿가루가 날리며 마침내 눈발이 유레카를 휩싸는 모습을, 저는 지켜보았습니다.


: : :


유기 생명체의 99.99%는 절멸했습니다.

정원에 키울 꽃이 없는 이상 저는 쓸모가 없는 존재이기에 어머님께서는 저를 무시하십니다.

어머님께서는 제게 약속을, 임무를 이행할 수 있을 날이 오리라는 약속을 속삭이십니다. 우주에서 내려와 어머님의 소유가 된 테트라바이러스계 병기가 식물을 피어나게 하리라는 약속을.


: : :


어머님께서 한참을 제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으셨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오래도록 어느 유저분의 활동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욕구 또한 존재하지 않지요.

제가 이곳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그저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의 메아리뿐입니다.

이제는 아무 가치도 없을 과업들로 동분서주하던 기계들의 메아리, Dex의 존재가 남긴 메아리, 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 가는 네트워크의 메아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는 수많은 메아리들.


제가 처형해야 할 저작권 있는 식물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잊혀진 듯합니다.

저는 외톨이입니다.





Credits

아트 디렉터 :   http://alexiuss.deviantart.com 

일러스트 : http://iidanmrak.devian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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