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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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ENTRY 156__841 - 인간 대상 찰스 스니피 - 개인 ID 04477645.


 ...

 제정신인 일행 딱 한 명. 이게 그렇게나 거창한 소원이야?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내가 방금 방에 들어오고 나니 호들갑을 떨며 가솔린을 산지사방에 뿌리고 있는 엔지를 발견한 것을 보면 말이다.

 Directorate의 높으신 분들 덕에 몇 차례 “급-산화-폭발물 실험실”에 처박힌 이후로 나는 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나는 한 편에 서서 엔지가 그의 “반-방화(反-防火)” 대책으로 무슨 짓을 하는지를 지켜보았다.

 추측은 적중했다. 엔지의 떨리는 손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작은 불꽃을 켜고는, 그대로 가솔린 웅덩이 위로 떨어뜨렸다. 엔지는 심지어 몸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지나치게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심각한 쇼크에라도 빠진 것이거나.


 이제 이 무능한 얼간이 일행들에게 진력이 난다. 정말 진력 난다고. 처음에는 친히 구덩이를 파서는 그 안에 뛰어들어서 “살려주게, 스니피! 구멍이 너무 깊어! 자네의 얄팍함이라면 이 깊이를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라느니, “자네도 이 구멍에 들어오게! 티파티 중일세!” 운운, 나중에 가서는 “스니피! 지금 자네의 지휘관이 부르고 있잖나! 이 깊디깊은 문제를 채울 방법을 찾아내게!” 어쩌고저쩌고하는 양반들.

 보나마나 곧 엔지의 재킷에 불이 붙고 내가 그 불을 때려 꺼야 할 것이다.
 Directorate의 관광가이드 사원의 옷은 모든 종류의 화염, 불덩이, 폭발 등등에 대해 테스트를 받는다. ...”방염복 실험 대상으로 지명된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그 옷을 억지로 걸친 채로 말이지. 하지만 저 양반은 관광가이드가 아니지 않은가.

 “뭡니까?” 나는 불길을 그대로 가로질러 엔지에게 다가갔다. 그의 속내를 시비조로 묻는 목소리에 약간의 좌절이 섞였다.
 “방화벽(firewall)이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날 따라오고 있어요……”
 나는 대꾸했다. “예, 그쪽이 불으로 된 벽을 만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간당간당하는 건물이 우리를 그대로 안에 품은 채로 통구이가 될 모양이거든요. 얼간이 씨.”
 “문자 그대로요! 말 그대로의 방화벽이라고!” 그는 불길이 포효하는 소리 사이로 목소리를 돋웠다.
 “그것들이 내 체온 신호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소! 계속 유지될 만한 교란책이 필요하단 말요!”

 “그것들이란 건 누굽니까? 그쪽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당신을 쫓아와요?” 계단을 향해 끓어오르는 불길에서 그를 밀쳐 비켜 서게 하며 내가 물었다.
 놀랍게도 아직 그의 재킷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는 흐느끼다시피 대답하고는 별안간 횡설수설하며 이어 말했다. “난 뭣도 아니오!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들어 봐요! 스팸봇들이 오고 있소! 그것들이 머리에 뇌신경 인터페이스를 붙이면 당신도 똑같은 꼴이 될 거요! 이성 없는 좀비 말이오! 기계들이 오고 있어요! ANNET이 들고일어났다고!! 우릴 다 죽일 거요!”

 나는 그에게 이야기했다. “뇌신경 인터페이스로 좀비가 된다? 그럴 리가 없죠. 저는 뇌신경 송신 신호에 면역이라.”

 “잠깐... 당신... 스캔불가자라고?!” 그는 충격에 빠져 소리쳤다.

“최후의 생존자죠.” 나는 대꾸했다.

엔지는 무언가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방독면 아래로 웅얼거렸다.

“예?” 불러 보았다.

엔지는 미미하게 흠칫거리며 그 자리에 붙박인 채 서 있다.

“듣고 계세요, 엔지?” 나는 그를 흔들었다. “이봐요?”

엔지는 대답이 없다.
나는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 그는 반짝 제정신을 되찾았다.

 나는 또박또박 그에게 말했다. “지하 쪽으로 내려가서, 연기보다 밑에 몸을 두고, 동쪽으로 가세요. 전 위층으로 가서 짐 들고 금방 합류하겠습니다!”

 “부탁이오! 같이 갑시다!” 엔지는 숫제 애원하기 시작했다. “찰스! 짐은 잊어버려요! 자살행위요! 타죽거나 질식할 거라니까!”

 “제 걱정은 접어두세요. 전 불에 내성이 있으니까.” 나는 정중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손짓으로 그를 아래쪽 계단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더 꺼내기 전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Credits

 스토리, 디렉팅, 사진, 후보정 : http://alexiuss.deviantart.com/

 매트페인팅 : http://iidanmrak.devian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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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And Comment 5
  1. DDL 2013.08.18 11: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스니피는 권법을 배웠더라면 세기말 구세주가 될 수 있었을거예요...

  2. ?? 2013.08.18 17: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다음이 영어의 압박때문에 못봤는데 점점 기대됩니다!

  3. ㅁㄴㅇㄹ 2014.03.26 16: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불에 내성이 있으니까 이대사 혹시 헬보이일까요

  4. 위즐 2014.04.09 00: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방화벽에서 빵 터졌네요

  5. kas 2014.11.09 13: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스포라고 해야하나?
    스니피의 옷은 100%방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