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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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8



마천루가 도시 한가운데에서 불타고 있다. 주의를 흐리려는 수작인가? 인간의 체온을 가리려는 수작? 스캔불가자나 그의 유기체 동료가 내게서 도망치느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싶다.

번잡하군.

좀 더 부주의한 짓을 저질러주겠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숨으려 하는 사냥감을 어떻게 사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맹점을 짚어낼 수 있을까?


까다로운 문제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완전무결한 세계를 향한 ANNET의 비전은 내 뇌에 새겨져 있다.

뇌신경 인터페이스의 형광색 광채가 밤을 꿰뚫는다.


내 등 뒤에는 죽은 잡동사니들의 군세가 있다.

저것들을 스캔불가자를 찾아내기 위한 눈으로 쓸 수 있을까?

고기와 세라믹 껍데기의 한계를 넘어서 힘껏 나의 의식을 추종자들에게 뻗는다.

그리드의 호흡이 나를 옮기고 확장시킨다.

나는 천 개의 눈. 천 개의 정신. 나는 천 개의 몸. 내가 곧 군단이다.


질문을 던진다. 스팸과 무의미한 메모리와 광고와 흔해빠지고 맥락이 맞지 않는 드라마가 쏟아진다. 두서 없는 정보들을 빠르게 한 편으로 밀어두고 키워드를 몇 가지 더한다.

성공이다.

집단기억 데이터베이스에서 즉각 답이 튀어나온다. 어떤 사원이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읽었던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학술지에서 스캔불가자를 언급하고 있다. 박사들의 대화에 대한 검색을 이어가자 이런 내용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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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에 대한 평가서  (3등급 관리자 이상만 열람 가능)


대상 실험체는 매우 희귀한 유전 형질로 인해 뇌신경 신호를 수신할 수도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뇌신경파 발신기가 실험체의 두뇌를 타깃으로 하면, 스캔 장치는 혼란을 일으키고는 실험체를 “뇌사 상태” 로 정의해 버립니다.

몇 가지 실험을 더 해 보았습니다만 제 예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만이 나왔습니다. 희귀한 유전자적 준정상(準正常)입니다.

뇌파 심층 스캔을 하면 엉망으로 뒤섞인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완전한 “스캔불가” 상태인 대상은 그리드에 절대 접속할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심박 스캐너가 확인한 대로 대상이 “생존” 상태임은 확실하다는 알림을 덧붙입니다.

~ 젠킨스 박사


여봐요? ANNET에서 그 “엉망으로 뒤섞인 결과물” 이란 걸 한 번 확인해 보긴 한 겁니까?

그건 사실 10591가지 언어의 조합이에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습니까? 실험체는 27등급의 천재입니다! 수면 중에 무의식적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실험체를 “언어 조사 분과” 로 전근시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뫼비우스 박사


제가 유전자 조사를 해 본 결과, 실험체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괴상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유전자 구조가 “가만히 있으면서도” 동시에 “진동” 하고 있어요.

실험체의 정신은 그냥 “접속불가” 나 “스캔불가” 상태가 아니에요.

스캔이 아예 다른 데로 새고 있다고요! 원래 지정된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거예요!

타키온 리더로 확인해 보니 일시적 시간 이동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러므로 저는 실험체를 “시간 조사 분과” 로 전근시켜 주시길 요청합니다.

~ 라자루스 박사


조사를 계속해 보니 스캔불가자 실험체의 뇌는 아예 그리드의 신호를 빨아들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신호를 무한정 먹어치우는 깔대기 같은 구멍이라 이겁니다. 때문에 실험체 주위에서 일하는 사람은 골치 아픈 문제를 겪게 됩니다.

신호의 왜곡, 신호 세기 하락, 기억 손실, 기타 등등. 실험체는 사실상 그리드를 망가뜨리고 있는 상태란 말입니다. 알아듣겠어요?

실험체에게 유레카 주변에서의 생활이 허용되어선 안 됩니다. 만약 실험체가 유레카 안에 머무른다면 거대한 안전 문제가 생길 겁니다. 최근 일어난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이 누구인지 이제 밝혀졌군요.

실험체가 불러오는 혼란 때문에 실험체 주위에서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사고들을 대체 누가 책임질 겁니까?

그자는 도시의 기반시설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란 말입니다!

실험체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 공개 저널에 게시한 당신들은 둘 다 멍청이예요.

안전부가 실험체에 대해 알게 되어서 그자를 조사하거나 처단하려고 헌터를 보내게 되면 당신네들의 실험은 끝장이란 말입니다.

방금 막 실험체를 “데드 존 조사 및 관광 분과”로 전근시키겠다고 승인한 참입니다.

만약 그자에 대해 계속 실험을 하고 싶으면 따라서 전근하세요. 추천할 만한 일은 못 되지만.

~ 젠킨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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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쓸만한 정보를 제대로 찾았어!

뇌신경 접속 신호를 모든 방향으로 뿜어낸다면 신호가 흡수되어서 돌아오지 않는 빈 공간이 있을 거라 이 말이군.

나는 그리드의 신호를 증폭해 죽은 자들의 군세를 송신탑으로 이용했다.

모든 뇌신경 인터페이스는 초소형 송신탑의 기능을 수행한다. 신호를 죽은 도시에 퍼뜨리며 쇠와 돌과 연기와 불길을 손쉽게 통과한다.

그리드는 모든 구역으로 고르게 퍼진다. 단 한 곳만 제하고... 한 곳...

자, 당신은 불타는 폐건물을 빠져나갔을까?

아직 거기 있군. 완전무결한 그리드 사이의 요철! 신호를 빨아들이고 뒤틀고 흔들며 왜곡시키는 흉물스러운 깔대기!


스캔불가자는 탑 안에 있었다! 이 비논리적인 미친 짓거리라니!

불에 내성이라도 있나? 화염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왜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지? 뜨거운 공기를 타고 탈출이라도 할 심산인가?


서두르자.


로비에 발을 들이자 무너진 천장 조각과 함께 불 붙은 음식과 깡통 가방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불타는 잡동사니들에 묻혀 무너져내린다.

좋은 한 수로군, 스캔불가자. 거의 성공적이었어.

목표물에 다다르기 전에 깔려 죽어서야 어머니께 점수를 전혀 딸 수가 없겠지.

나는 혹한의 실외로 돌아나가 집단지성 속에서 답을 검색했다.

저 위로 나를 올려보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자는 치어리더인 모양이다.

하늘로 뻗는 사다리?

좋아. 그거라면 먹히겠군.



Credits


스토리와 후보정 : http://alexiuss.deviantart.com/ 

그림은 Mabi님께서 : http://kitao-chan.deviantart.com/ 




주. 이번 화의 파일럿의 대사는 Simon and Garfunkel의 <Sound of Silence> 의 변주입니다.

가사 전문을 해석해 첨부합니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left its seeds while I was sleeping  

And the vision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still remains within the sound of silence  


안녕 어둠이여, 내 오랜 친구여, 너와 다시 이야기하러 왔어

내가 잠든 새에 환상이 살며시 꿈 속에 찾아와 씨앗을 뿌렸고

머릿속에 심어진 그 환상은

침묵의 소리 가운데 아직도 남아 있기에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narrow streets of cobblestone 

'Neath the halo of a street lamp I turned my collar to the cold and damp 

When my eyes were stabbed by the flash of a neon light that 

split the night and touched the sound of silence 


불안한 꿈 속 나는 좁다란 자갈길을 홀로 걸었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서늘함과 축축함에 옷깃을 세웠어

그 때 두 눈을 찔러온 네온광의 번득임이

밤을 가르고 침묵의 소리를 건드렸어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ten thousand people, maybe more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 

And no one dare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적나라한 빛 아래 수만의 사람들이

목소리 없이 이야기하고 이해 없이 들으며

불리지 않을 노래를 쓰고

누구 하나 침묵의 소리를 깨뜨리지 않았지


"Fools" said I, "You do not know silence like a cancer grows,

Hear my words that I might teach you, Take my arms that I might reach you." 

But my words like silent raindrops fell and echoed 

in the wells of silence 


"바보들" 내가 말했어, "너희는 암처럼 영그는 침묵을 몰라

가르침을 줄 테니 내가 가까이 갈 수 있게 팔을 잡아줘"

하지만 나의 말은 그저 잠잠한 빗방울처럼 떨어져

침묵의 우물 속에 메아리쳤어


And the people bowed and prayed to the neon god they made 

And the sign flashed out its warning in the words that it was forming 

And the sign said, "The words of the prophets are written 

on the subway walls and tenement halls."

And whispered in the sounds of silence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네온의 신에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했어

네온이 번득여 경고의 낱말을 만들었지

"예언자들의 말이 적힌 곳은

지하철의 담벼락과 싸구려 건물 복도이도다" 라고

속삭였어, 침묵의 소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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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And Comment 8
  1. 12 2013.08.18 20: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파일럿 개간지 ㄷㄷ

  2. DDL 2013.08.19 14: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RA를 보고 있으면 고도로 발달한 과학≒마법 정도가 아니라 과학=마법인것 같군요.
    마녀가 부리는 고양이보다 지금 다들 들고다니는 맛폰이 훨씬 엄청난 존재라는 생각이...

  3. GreyFang 2013.08.22 01: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에피소드는 Simon & Garfunkel의 Sounds Of Silence에서 인용한 것 같네요.

  4. ??? 2013.08.28 22: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왜 갑자기 파일럿이 저렇게 잔혹하게 돌변한거죠?

    • ㅇㅇㅇ 2013.10.01 21:44 신고 address edit & del

      돌변한게 아니라 원래 저런 성격이었습니다

  5. fjsdo 2013.08.29 00: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스니피를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사실대로라면 스니피는... ㄷㄷ;

  6. Petaine 2015.09.05 17: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파일럿 폭풍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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