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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5

 



 


 

 

 

 

 

 

 


Issue 145



ENTRY 57893__3399 : 최고 관리자 : 알렉산더 그로모프 박사 :

 

 

등 뒤의 창문에서 무언가 긁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여보세-여” “여보세요오오” 비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놀리려 드는 파일럿은 아니기를. 그 작자가 요즘 어디에 갔었는지 모른다. 한참 동안 보지조차 못했다. 

방심하고 있었던데다 파일럿에 대한 생각에 정신이 쏠려 있던 나는 먼지투성이 커튼을 걷어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얼어붙고 말았다.
회색 몸뚱이, 썩어문드러지고 불에 그을린 미이라들이 뼈가 그대로 드러난 손가락으로 나에게 삿대질했다.
그 끔찍한 비현실들이 입술조차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잠자는 동안 G-Directorate에서 일해 보시겠습니까?
온라인에서 한 시간에 신용도 503850384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완전히 얼이 빠지다시피 한 채로 나는 스스로를 가리켰다.
떨리는 목소리를 뱉었다. “나?”

“예! AN.NET에 가입만 하세요!
...저희가 고객님의 뇌를 무료로 디지털 프로세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ANNET”이라는 단어가 나를 현실로 끌어올렸다.
뒷걸음질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미이라는 창문을 뚫고 그 흉흉한 갈퀴 같은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채었다. 창문이 부서지며 유리조각과 나무 창틀의 파편이 만든 먼지구름이 덮쳐왔다.

내가 공포에 질린 채 손을 끌어당기자 미이라의 팔은 그대로 금이 가고 부서지며 관절에서 분리되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오래 전 죽은 Directorate의 내 사원들, 사무 직원, 쇼핑객, 기업 매니저.
그들의 부식되어 가는 옷에 붙은 사원증을 아직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에는 “반갑습니다. _스티브_입니다.” 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뇌신경 인터페이스는 어둑한 방 가운데에서 환히 빛을 냈다.
그들은 모두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끌어안으려, 나를 잡으려, 양팔을 뻗고 두 손을 펼친 채 느릿느릿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이렇게 가슴 빵빵 엉덩이 빵빵한 십데 소녀들과 오늘 밤은 바비큐 파티!”

“나이트ㅕ들과의 아름다운 만남! 당신의 지역에 사는 섹시한 싱글들을 만나보세요!”

“디지털-존 샵에서 블록버스터 세일 중!”

“생식기 크기를 키워보세요! 모두가 원하는 러브머신 되기!”

“당신의 IP를 나쁜 바이러스와 테러리스트 해커에게서 지켜드립니다! 지금 ANNIE와 함께 당신의 뇌신경파 발신기를 등록하세요!”

그들의 말을 머릿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마인드-텍스트:였다!
살아있는 스팸 봇이라도 되는 양 미이라들은 오타를 내기까지 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송신탑은 핵 포격으로 산산조각나 무너졌을 터인데?
신호는 어디서 오고 있는 거지?
죽은 자들 자체가 송신탑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인가?
저 부패하고 불탄 몸이 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뼈랑 잿가루 더미들이잖아!
있을 리 없는 악몽이 현실에 도래했다.
온라인에서의 사랑과 디지털 속에서의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며, 죽은 괴물들의 군세가 창문을 넘어 기어들며 나를 향했다.

나의 비명이 홀을 울렸다.
뒤도 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아직까지도 내 손목을 옥죄고 있는 시커먼 팔뼈가 거칠게 흔들거렸다.


 


 

 

 


 Credits

멋진 Sophie 님의 그림입니다. http://apollotheneverender.devian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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