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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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7

ENTRY 57893__3765 : 최고 관리자 : 알렉산더 그로모프 박사 :


 나는 잠시 멈추어섰다. 내 뒤로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바다가 뒤틀린 건물들에 가로막히고, 건물의 틈새마다 뿜어져나오는 물이 폭포가 되어 포효했다. 상황을 어떻게든 파악해 보려 노력하는 와중 눈앞에 메뉴 하나가 띄워졌다.


“에러 : 프로세스 R:/DONUT.EXE에 오류가 발생하여 종료해야 합니다. G-DIRECTORATE에 오류 보고를 보내시겠습니까? Y/N”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는 곁눈질을 해 메뉴를 밀어냈다. 빌어먹을! ANNET이 또 날 갖고 놀고 있어!


별안간 도넛이 사라져 버리고 나는 미지근한 물에 다시 던져졌다. 그 큰 플라스틱 도넛이 한순간에 어디로 갔는지 둘러보던 나는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허밍 소리를 느꼈다.


물을 헤치고 나아가려 하자 내 앞에 또 다른 메뉴가 떠올랐다. 이번엔 선명한 붉은색 메뉴였다.


“관리자에게 경고: 서버 시설 _RED_PANDA가 관리자님을 뵙기 위해 강하하고 있습니다.

발버둥을 멈추고 경치를 즐기세요.

불필요한 동작은 넘어짐 및 과도한 수분으로 인해 10분 내에 사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허공을 쳐다본 나는 ANNET의 큐브 드론이 무리를 지어 도시의 지평선 위를 수놓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드론의 선발대는 레이저 빔을 쏘아 ANNET의 홀로그램을 띄웠다. 홀로그램 아래에 고인 물이 레이저의 열기로 끓어올라 소용돌이쳤다.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빛나는 ANNET의 윤곽이 내게 향해왔다.


“ : 알렉산더 : , 내 사랑.” 그녀가 말했다.

“내가 해준 일에 만족했나요?”


“도넛은 당신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다 내가 해둔 일은 어땠나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더니 지평선 너머에서 큐브가 쏟아져나왔다. ANNET은 이 드론을 다 어디서 구한 거지?


커다란 푸른색 글씨가 쓰인 푸른색 메뉴가 시야 전체를 가리며 띄워져 생각을 방해했다.


“한눈팔지 마세요”


항복한 나는 메뉴를 닫고 ANNET의 모습만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폭포가 참 낭만적이죠?”


“포옹과 키스로 가득한 화해의 시간을 보낼 준비는 됐나요?”


“당신, 나, 우린 친구잖아요.”


나는 발치에 감겨드는 물을 격렬하게 걷어차며 도망쳤다.


“...가장 좋은 친구죠.”



Credits

아트 디렉터 : http://alexiuss.deviantart.com/

일러스트레이터: http://apollotheneverender.deviantart.com/

추가 3D 렌더링 작업: Kevin Partner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Chico G.

저널 작성: user_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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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4.02.21 01: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모에하다. 흡사 첼에 집착하는 글라도스 같아.

  2. 길가던나그네 2014.02.21 06: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라도스는 딱히 집착하는게 아니지만 저건 명백하게 집착이네요 목적이 뭔진 모르겠지만....

  3. ddd 2014.03.20 08: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4. amd 2015.08.21 16: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뒤에 마컼ㅋㅋㅋㅋㅋㅋㅋ

  5. amd 2015.08.21 16: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뒤에 마컼ㅋㅋㅋㅋㅋㅋㅋ